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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기고] 철도 급행화 기술 개발이 미래철도 방점
오석문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국토매일   |   2020-01-07

▲ 오석문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 국토매일


[국토매일] 철도에서 속도향상은 숙명과도 같다. 단군 이래 KTX 개통은 한국철도의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고들 한다. KTX 덕분에서 서울에서 부산 출장도 하루 만에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개통을 준비하는 과정이 모든 사람의 동의와 격려 속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사업 추진 측에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100분이라는 비전 (Vision)을 제시했으나, 상당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는 ‘단지 통행시간 단축만을 위해 국민 세금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라는 회의가 많았다.


그러나 작금 KTX의 속도향상 덕분에 얻은 통행시간 절감 가치가 더 의심받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된 급행화는 전형적인 철도 속도향상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수년 전부터 9호선 급행열차 혼잡도가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급행열차에서 높은 혼잡도가 발생하는 원인은 장거리 출퇴근 환경에 내몰린 직장인들의 불가피한 선택과 빠른 철도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선호 정서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광역·도시철도는 표정속도가 낮아 이러한 직장인과 국민의 열망에 대한 부응이 미흡했다. 급행화는 아직 미흡했던 기존 광역·도시철도의 속도향상과 이를 이용하는 시민의 통행시간 단축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자 기술개발이다.


우리나라 급행화 연구는 23년의 짧지 않은 연혁을 가지고 있다. 1977년 9호선 급행·일반 혼합운영 노선 건설을 위한 미쓰비시 중전기 (Mitsubishi Electric Co.)의 시뮬레이션 연구가 그 시발이다.


9호선 건설 사업이 정상 궤도로 순항하는 것과 같이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한국교통연구원 등 국내 주요 지자체 및 국책 연구원이 기존 광역·도시철도로의 급행화 확대를 위해 조직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개인 연구자들의 학술연구 발표도 이어졌다.


지금까지 수행된 많은 연구가 급행화를 ‘최근의 화두’로 성장시킨 밑거름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가 기존 광역·도시철도 급행화 사업에 대한 정책적 타당성을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현되지 못한 이면에는 ‘기술개발’과 ‘민원해결’이라는 두 가지 연결 고리가 끼워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급행열차가 운행하기 위해서는 일반열차가 대피할 수 있는 대피 선로가 필요하다. 기존 터널에 운행 중인 열차를 차단하지 않고, 대피선을 안전하게 건설하는 것은 상당히 높은 난도의 기술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 연구자와 정책 당국에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였다. 특히, 안전을 중시하는 정책 당국에게 이와 같은 기술적 미해결 과제는 급행화 사업 의사결정 앞에 놓인 높은 문턱이 되었다.
최근에 급행화가 다시 화두에 오르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기술적 미해결 과제의 해결 방안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철도 터널에서 운행 중인 열차를 차단하지 않고 대피선을 안전하게 추가 건설하는 기술을 제시하였다.


이 기술은 운행 중인 열차를 차단하지 않고 터널을 확폭하는 기술, 지하 암반을 무진동으로 파쇄하는 기술, 선로 전환기를 모듈형으로 제작하여 급속 시공하는 기술과 기존 라이닝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기술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각 기술은 공법에 대한 시공 절차와 대표 설계 도면이 완성되었고, 관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공법 수행에 따른 위험 항목 도출 및 보완이 수행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각 공법에 대한 축소모형 시험을 통해 시공성을 검증할 계획이며, 향후 각 기술과 공법에 대한 안전성을 축소모형이 아닌 현실 규모의 시험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현장 실증 시험은 예산과 시험 장소 등 정책 당국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급행화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또 한 가지 과제는 민원이다. 도심지 도시철도의 경우 주변 구조물 때문에 대피선 추가설치 공사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도심지 도시철도에서 급행화는 열차의 정차패턴 조합 방식이 유리하다.


이 방식은 대피선 추가설치가 필요 없는 장점이 있으나, 이탈 승객 발생 및 대기시간 증가 등 일부 승객의 불편이 초래되는 단점을 같이 갖고 있다. 이와 같은 민원 발생 요소는 급행화 사업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정책 당국에게 또 따른 장애물이다.


급행화 사업 민원 발생 요소는 기술개발로서 최소화할 수 있지만, 이용하는 시민의 이해와 협조가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차패턴을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이탈 승객을 총 통행자의 1~2% 이내로 유지할 수 있으나, 그 당사자에게는 여전히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과감한 통과역 설정을 통해 급행화 효과 향상 방안에 동의하지만, 개인별 거주지 인근에서는 정차역 설정을 희망하는 합리적 양면성을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다.


민원은 철도 이용자들의 다양한 이해가 상호 배치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급행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민원의 소지가 전혀 없는 방안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민원은 정책 당국이 공공선(公共善)을 극대화하는 급행화 방안을 견지하면서, 불편 승객에게는 다각도로 이해를 구하는 주도적 사업 추진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출퇴근 시간이 58분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OECD 평균의 2배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급행화는 이처럼 힘겨운 출퇴근 환경에 몰린 직장인에게 쾌적한 출퇴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자 기술개발이다.


이미 운행 중인 철도의 체계를 개편하여 급행화하기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연구기관의 기술개발과 정책 당국의 헌신적 사업 추진 그리고 시민의 이해가 같이하면 성공 또한 가능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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