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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주년 특별대담] 한국 철도 선진화, ‘기술 공유’로부터 출발해야

(사)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 정준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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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극 기자
기사입력 2019-10-24 [13:52]

“소재·부품 국산화위해 기술 보호 장치 마련돼야… 차륜 국산화 시급”
“검사는 Communication의 과정, 안전성 갖춘 제품 생산 목표… 인증제도 도입도 검토”

 

▲ (사)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 정준근 이사장     ©국토매일

 

[국토매일] (사)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은 1963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철도차량 검사제도를 도입하며 국내 유일의 검사기관으로 우뚝섰다. ‘공인시험기관(KS Q ISO/IEC 17025, 1999) ‘공인검사기관(KS Q 17020, 2009)’ ‘도시철도차량성능시험자(2000)’ ‘철도차량제작검사기관(2006)’ ‘철도차량완성검사전문기관(2014)’ ‘철도차량정밀안전진단기관(2019)’으로 지정받았다.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 정준근 이사장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철도의 산증인인 정준근 이사장이 생각하는 한국철도 발전방향에 대해 본지 백용태 국장과 대담을 나눴다.

 
- 철도선진화와 관련해 산·학·연·관에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생각하는 한국철도의 선진화 방안과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철도차량 분야에 주로 종사해왔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저는 한국의 철도가 ‘상당히 선진화 되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50년 간 철도분야는 고도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고속열차(KTX)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로부터 고속열차가 도입되고, 그에 적합한 시스템이 구성되면서 기술적인 부분들이 급변했습니다. 현재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도 다각도의 정책적 지원을 펼치고 있고, 과거와는 달리 기술적인 부분이 오픈되면서 상호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술의 공유’가 한국의 철도산업 발전에 있어 선진화의 기반을 다지는 초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7년 우리 법인에서 발간한 ‘도시철도차량 용어해설집’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국내에 3개의 차량 제작사가 있고, 운영기관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각기 기술용어 등 표현 방법이 상이하고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본·유럽의 외래어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시적으로 하나의 ‘기둥’을 세우고, 미시적으로 용어·표현 등을 통일해나간다면 한국의 철도기술을 공유해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향후 남·북이 통일된다면 용어의 통일과 기술의 공유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철도기술연구원에서도 철도 기술용어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남·북철도용어 비교사전’을 편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국의 철도기술이 상당부분 선진화되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전’과 직결된 기술과 운영·관리의 측면에 대한 기술의 낙후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기술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등 철도선진국에 의존하고 외국에서 발간된 서적 등을 번역하여 어려운 조건에서 선진 기술을 습득해왔습니다. 우리 법인은 철도 선진기술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알리고자 해외각국의 철도기술지 8개를 보급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전국의 철도운영기관 등에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법인에서 주관하여 매년 정기적으로 철도차량 기술교육도 시행합니다. 전국 각지의 운영기관과 철도차량 및 부품제작사에 근무 중인 종사자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철도기술적용 및 운영·관리의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은 상호 공유하고, 서로 다른 점을 비교해나가면서 보다 적합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인에서는 이러한 해외기술지 배포 및 정기 기술교육 등 일련의 공익사업들을 시행해나가면서 철도 발전의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술의 낙후성을 극복하는데 있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에서 자긍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 1963년 교통부로부터 받은 설립 허가증     © 국토매일

 

- 최근 대일무역관계 악화 등의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철도부품·소재 등의 국산화가 다시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추어 국토교통부 등 주무부처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철도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십시오.


한국철도산업이 헤쳐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제작사·운영기관·협회·단체 등 모든 기관에서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 법인에서도 전 세계 각지로 출장을 다니며 다양한 사례를 확인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자국 내 철도산업을 보호·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최초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모방하거나 외국에서 유사한 기술을 도입하는 등 기술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렵게 국내에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더라도 유지할 수 없다보니,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국과 비교해보더라도 국내의 부품생산원가가 비쌉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술 개발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소재·부품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외국에서 도입하면서 근본적으로 제조업계의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결국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더욱 심각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KTX에 공급·장착되는 부품은 국산화의 속도가 더딘 편이지만, 한국형 고속열차 개발사업을 추진한 성과를 기반으로 주요 핵심장치들은 상당 부분 국산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늦게나마 사회적으로 국산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행입니다.

 

▲ 창간 14주년을 맞이해 (사)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 정준근 이사장과 본지 백용태 편집국장이 한국 철도의 선진화 방안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국토매일

 

- 철도 핵심 소재·부품 중에서 시급하게 국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 있을까요?


물론 전장품 분야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저는 차륜(바퀴)을 국산화할 경우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차륜을 생산했지만 생산원가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3D 업종으로 인식된 주물산업이 환경적 요인과 맞물려 사양산업이 되면서 지금은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입니다.


차륜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습니다. KTX의 경우 동력차는 약 140만km, 객차는 약 330만km주행 후 교환을 하게 됩니다. KTX-산천의 경우 동력차는 약 60만km, 객차는 약 240만km주행 후 교환을 합니다. 차량형식·제동장치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차륜은 주기적으로 교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산화하는 것은 철도산업의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검사원들의 전문성에 따라 안전성평가의 잣대가 되는데 이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지요?


처음에는 차량 검사와 관련한 제도가 미비하거나 체계적이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관련 제도가 정비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검사에 투입되는 인력에 비해 지급 가능한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철도기술이 급변함에 따라 수준 높은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했습니다. 퇴직 인원들이 차량 검사에 투입되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철도차량 분야에 근무했던 경험 있는 우수퇴직자를 적정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1963년 우리 법인이 창립된 이후, 철도산업계의 선배들이 각고의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법인의 이익보다는 한국철도의 발전을 위해 고민해오신 분들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한국철도사의 산증인이자 발자취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사전에 철도와 관련한 기술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직원들을 공개채용으로 선발합니다. 선임·책임검사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그에 상응한 보상도 해줍니다. 과거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법인을 꾸려 나가는데 급급했던 측면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문적 기술능력과 검증된 자격증, 그리고 종사자들의 경험을 잘 조화시켜 검사 기관으로서 최선의 역량을 발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사)철도차량엔지니어링 시험실 내부     © 국토매일


- ‘검사’라는 것이 자칫 형식적일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규격화가 이루어져야만 오류와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됩니다. ‘검사’에 있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요.


누군가는 ‘검사라는 것은 저승사자’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사는 엄격하게 진행하되,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설득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는 과정에 있어 법적 타당성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보다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 목표에 도달하고자 발주자·생산자·검사자가 함께 소통하는 것입니다.


발주자(운영기관)에서는 차량의 제작 및 납품 과정에서 불안해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발주자가 원하는 기술규격에 적합하도록 우리 법인을 포함해 3자가 상호 소통하면서 최선의 차량을 제작·생산하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입니다. 그 과정에서 안전하면서도 우수한 품질의 차량이 생산되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 법인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검사’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은 규격화입니다. 현재 법적 검사기준은 주요 안전부품 34 품목이지만, 제품 검증을 위해 100여 품목의 검사기준을 추가로 시행합니다. 현재 한국의 철도는 유럽·미국·일본 등에서 제정한 규격을 취합해서 사용하고 있어 다소 복잡한 측면이 있습니다. 도시철도·고속철도 등에서 정형화된 규격이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규격화할 경우 오히려 기술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표준화가 필요한 부분은 제도를 마련하고 안착시킬 필요가 있지만, 규격화에만 초점을 둘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업체에서는 자체 비용을 들여서 규격을 만들고 이를 표준화시키지만 정작 발주처에서 구매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철도산업계를 고려해 적정 수준의 표준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검사에 있어서도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 정준근 이사장이 (사)철도차량엔지니어링이 운영하는 시험실을 소개하고 있다.     © 국토매일

 

-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이 향후 한국의 철도산업 발전과 기술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와 더불어 한국철도가 세계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검사’는 프로세스상 수동적인 측면이 있지만, ‘인증’은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이것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와 기술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리 법인이 이러한 과정을 제공해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우리 법인에서 검사과정을 거친 차량에서 발생한 고장·에러 등의 요인을 수집해 이를 빅데이터화하고, 기업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것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수한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 후, 우리 법인이 제품에 대한 ‘인증’을 해준다면 운영기관에서도 보다 신뢰도 높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우리 법인이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철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의 공유와 더불어 제도·기관의 단순화입니다. 현재 철도관련 기관들이 나뉘어 있어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키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한국철도산업에게 필요한 것은 ‘힘’을 합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타 철도선진국의 사례처럼 교육기관·연구기관·업계·검사기관 등이 유기적인 체제를 구축해 기술발전의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법인도 ‘고객감동’을 우선으로 하며 철도차량 기술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해나가겠습니다.  

(대담=백용태 편집국장 / 정리=장병극 기자)

  

- 정준근 이사장은

1951년생으로 건국대학교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철도청 옛 용산공작창에서 처음 철도와 인연을 맺은 후 기술진흥담당관실, 차량국 객화차담당, 철도공사 고양고속철도차량관리단 정비국장, 대전철도차량관리단장, 차량기술단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을 철도차량과 함한 철도맨이다.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 부사장을 거쳐 현재 (사)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에겐 특별한 인연이 있다. 철도청 재임 당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설립준비위원을 맡으며 철도 R&D기관 창립에 기여했다. KTX 개통 당시 조기에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하며 한국의 고속열차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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