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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TCS 상용화, 발주가 발목 잡는다-上] 일산선 시범사업, 입찰 앞두고 기술 상용화 취지 '엇박자' 논란
장병극 기자   |   2020-05-11

코레일 KRTCS-1 시범사업 추진, 발주방식두고 우왕좌왕 기색

개발 3사 의혹 제기 "R&D 참여 업체는 소외, 과실(果實)은 제3사가?"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한국형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KRTCS, Korea Train Control System)이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KTCS사업의 마지막 문턱인 상용화 실적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정작 핵심 과제인 '상호호환성'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연속기획으로 KRTCS-1, 2가 직면한 상용화 관련한 발주방식의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진단코자 한다.

 

KRTCS-1은 도시철도용으로 개발되었다. 외산에 의존했던 철도 신호시스템을 표준화·국산화하고 차세대 무인운전시스템의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국가 R&D사업으로 추진했다. 사업비만 약 450억 원을 투입해 2014년 개발을 완료한 대규모 국책 사업이기도 하다.

 

한국철도에서 유독 신호분야의 외산 의존도가 높았다. 국산 신호시스템이 없어 탈레스·지멘스 등 글로벌 신호업체가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였다.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철도신호 국산화라는 시급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R&D 과제를 추진했다.

 

더 이상 외산 시스템에 의존하는 기존의 관행을 탈피해 국산 신호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철도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며 일부 외국 기업이 독점적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해외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국산 신호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KRTCS 전용 주파수를 할당받은지 1년여 만에 반납하며 우여곡절을 겪는 등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R&D사업 완료 후 국내 노선에 적용되지 못하면서 상용화 실적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애써 개발한 기술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 2014년 KRTCS-1 사업 완료, 상용화 문턱 넘지 못한 채 좌절

 

국내에서 KRTCS-1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 2호선이었다. 2018년 당시 신호시스템을 입찰을 앞두고 관련 연구기관과 업체들은 마침내 KRTCS-1이 상용화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사업은 얘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광주 2호선 신호시스템 입찰을 추진하면서 '실적 평가'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R&D사업 이후 실적을 보유하지 못한 KRTCS-1은 입찰에서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A사 관계자는 "당시 광주 2호선 입찰 과정을 살펴보면 KRTCS-1이 실적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 '실적평가'를 도입했는데 사실상 R&D과제로 어렵게 개발한 국산 신호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광주 2호선의 신호시스템은 일본 기술에 기반한 외산시스템으로 선정됐다.

 

B사 관계자는 "광주 2호선의 사례는 정부가 추진해 온 '신호시스템 국산화' 사업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KRTCS-1 사업이 종료된 이후 매번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을 두고 단순히 발주처만을 탓할 것도 아니고, 개발한 국산 신호시스템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자체가 미비하고 정부의 추진 의지도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일산선 노후 신호시스템을 KRTCS-1으로 개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R&D사업에 참여한 개발3사는 상용화 실적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국토매일

 

◆ 일산선 시범사업 추진, 6년 만에 상용화 길 열리나

 

KRTCS-1에 대한 상용화 실적 확보가 6년째 표류하면서 해외 시장의 틈새를 노리겠다는 기대도 사그라들고 있었다. 국토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국산신호시스템 개발의 지속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노후 신호시스템 개량에 KRTCS-1 적용을 추진키로 하고 일산선을 대상 노선으로 선정했다. 올해 상반기 중 신호시스템 개량 발주를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일산선 노후 신호시스템 개량을 KRTCS-1으로 확정한다면 개발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상용화 실적을 확보하고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게 된다. 6년을 끌어왔던 '상용화 과제'를 마침내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발주방식이다. 일산선 노후 신호시스템 개량사업의 발주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통상 신호설비와 관련한 발주에 있어서도 철도 운행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실적을 보유한 업체 혹은 사전에 관련 안전설비의 등록을 받은 업체 등으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발주의 경우 공고하기 전부터 잡음이 터져 나온다. 시범사업의 경우 R&D사업에 참여했던 개발업체들이 서로 시스템을 검증하고 상용화 실적을 확보하도록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당초 R&D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은 업체가 이번 일산선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새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목적을 훼손시키고 시스템 설치 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산선 시범사업의 경우는 기존 노선의 신호시스템을 개량할 때 KRTCS-1으로 개량하는 최초의 사업으로써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당초 KRTCS-1 R&D사업 과정에서 국산 신호시스템 개발을 위해 LS산전·현대로템·삼성SDS 3사가 참여했다. 삼성SDS의 기술은 현재 에스트래픽으로 이전됐다. 연구개발 당시 KRS규격으로 표준화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을 했고 최종적으로는 3사 간 시스템의 '상호호환성'을 최종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에 참여한 C사 관계자는 "상호호환성을 검증하는 것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 진출했을 때 ETCS(European Train Control Sysem) 등 유사 기반의 표준화된 신호시스템과 같이 표준화된 도시철도 시장선점을 위하여 상호 호환이 되는지 확인하는 사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반드시 이 과정이 입찰 참여 전 사전에 수행되어야만 KRTCS-1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해외시장 개척의 포문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개발 3사 '상호호환성' 최종 검증이 핵심, 모든 업체 입찰 자격부여...시범사업 취지 훼손

 

일관성없는 발주방식도 개선해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개발에 참여한 D사 관계자는 "K-AGT 개발 사업과 같은 다른 국가 R&D 사업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WTO 관련 규정에 따라 국제입찰의 문은 열어놓고 있지만, 국내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해당 국가 R&D사업에 참여·개발한 업체만이 상용화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입찰 자격에 제한을 두었기에 부산 반송선 및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등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이는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이러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는 외산에 의존했던 기술을 국산화하고 해외시장의 판로를 개척해주기 위함인데 개발에 참여했던 업체가 마지막 남은 과제인 상용화 실적을 확보하도록 지원을 해줘야만 먼저 국내에서 상용화 실적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장벽을 넘어 초석을 다지면 후발 주자들도 보다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R&D사업에 참여했던 업체가 해당 기술을 독식하는 것도 아닌 규격을 표준화한 기술의 실적 확보 및 해외시장 진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우왕좌왕하는 발주방식으로 인해 시범사업의 취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R&D사업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친 제품이 아닌 인증만 획득한 제품이 설치되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에 참여한 E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국철도공사가 발주하던 방식과 다르게 아직 실물이 만들어지지 않은 업체의 제품을 SIL 인증을 받을 예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번 시범사업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국가 R&D사업 과정 중 현장에서 직접 KRTCS-1 개발 제품을 설치해 호환성 및 안전성을 검증해온 R&D 참여업체의 제품과 달리, 아직 충분히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제3자의 제품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을 개방하는 것은 R&D 사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KRTCS 개발 및 상용화를 마무리하기 위한 관계부처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E사 관계자는 "국토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문제"라며 "450억원에 달하는 국비와 개발사의 민간자금을 투입해 힘들게 성능시험까지 마친 KRTCS-1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의 적극적인 실행 의지가 필요한데, 개발에 참여하지도 않은 업체가 끼어든다면 국책과제에 뛰어들었던 업체가 앞으로 정부의 각종 연구개발 R&D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R&D사업이 개발-상용화로 이어져 국가의 기술역량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국산 시스템을 가지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 R&D의 목적"이라며 "KRTCS-1가 넘어야할 마지막 산을 관련 부처의 의지부족으로 인해 발주방식이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KRTCS-1은 외산에 의존했던 철도 신호시스템을 표준화·국산화하고 차세대 무인운전시스템의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국가 R&D사업으로 추진, 2014년 개발을 완료했지만 본격적인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6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국토매일

 

◆ KRTCS 정상적인 상용화는 신호업계 숙원 과제...주무부처 강력한 정책의지 필요

 

KRTCS-1 연구개발에 참여한 'ㄱ' 연구원은 "도시철도용 열차제어시스탬(KRTCS-1)은 KRS규격이 제정되어 있으므로 이 규격에 따라 사전 시험과정을 마치고 각 개발사끼리 안전성 및 상호운영성을 검증한 뒤 이번 입찰에 참여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럽은 일반철도와 고속철도 열차제어시스템으로 ETCS를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관련 규격·기술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중국도 자국의 열차시스템으로 CTCS로 못박고 있다"며 "R&D 초기만 하더라도 국내 무선기반 인프라가 우수해 해외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되는 사이 경쟁국이 시장을 선점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ㄴ'연구원은 "기존 개발 3사 외에 타 업체가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 가능하도록 입찰이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KRTCS-1이 정상적으로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은 국내 신호업계의 오랜 과제인만큼 주무부서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는 이번 발주와 관련해서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산선 발주는 현재 준비 중이며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안다"며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최종적으로 발주부처를 통해 이른 시일 내 공고를 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본 기사 보기:철도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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