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심층] 4호선 상계역 전동차 추돌 "기관사 전방주시 태만에 무게"
장병극 기자   |   2020-06-19

10초 전에만 앞차 발견해도 사고 막았을 것 "특정모드 운전 시 기관사 책임 막중"

안전 망각한채 나사빠진 관행 되풀이...내부 기강해이 바로잡아야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지난 11일(목) 발생한 4호선 상계역 열차추돌 사고 발생 원인으로 기관사 전방 주시 태만과 관제 소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상범 사장 체제 3개월도 지나지 않은 마당에 연이어 탈선·추돌 등각종 사고가 터지면서 교통공사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1일(목) 오전 10시 42분 경 승객 80여 명을 태우고 상계역을 출발하려던 한국철도(코레일) 소속 23편성 전동차를 뒤따라오던 서울교통공사 소속 461편성 전동차가 들이받았다. 

 

현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한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지점은 서울교통공사 관할 노선으로 3·4호선에 적용된 ATC는 웨스턴하우스(US&S)사의 ATC(automatic train control) 신호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ATC방식의 신호시스템은 자동으로 제한속도 이하로 제어하는 장치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사고열차로 전송된 속도코드 등을 분석해 볼 때 해당 구간의 신호시스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상계역 진입 전 200m 이상 직선 구간으로 선행차량을 충분히 확인하고 기관사가 비상제동을 걸 수도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 전동차 추돌사고가 난 상계역 모습. 상계역 진입 전 200M 정도 구간은 직선이다.    © 국토매일

 

신호관련 전문가 A씨는 "이번 사고와 관련한 초동보고 자료 등 내용을 종합해볼 때 추돌 직전까지 정상적으로 지상장치로부터 ATC차상장치에 신호코드가 들어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무코드는 선행 차량 근접, 신호장치 장애, 장애물 발생, 레일 절손 등 사유로 발생된다"며 "중요한 것은 추돌 2분 전에 무코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사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무코드는 열차간 추돌 방지 등을 위해 속도코드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다시말해 전방에 열차가 가까이 있으면 무코드가 발생하는데 정상적으로 ATC모드를 켠 상태에서 운행했다면 열차는 자동으로 정지한다. 

 

다만 이례상황이 발생하거나 관제 허가를 받아 △비상모드(45km/h 이하) △stop and proceed(15km/h 이하, 통상 15km/h 스위치로 불림)로 전환해 운전을 할 수 있다. 일종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하는 '허용신호'이다. 이 경우에는 기관사가 제동을 걸어야만 열차를 완전히 정지시킬 수 있다. 

 

사고를 낸 461편성 차량의 속도기록부 등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15km/h 스위치' 모드로 운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전문가 B씨는 "추돌이 일어날 때까지 사고를 낸 열차는 15km/h로 운행 중이었는데, 회송차량이라서 관행대로 '15km/h 스위치' 모드로 전환해 운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C씨는 "15km/h 스위치 모드였다면 열차 운행 속도는 15km/h 내외에 불과한데 상용제동 시 감속도가 3.0km/h/s임을 감안하면 넉넉잡아 10초 전에만 선행차량을 발견하고 기관사가 제동을 걸었더라도 추돌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관사가 어떤 방식으로 운전했는지 추가적으로 조사를 하면 알겠지만, 관제로부터 허가를 받고 정상 ATC모드를 해제 후 특정모드로 전환·운행한다는 것은 기관사 스스로가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게 되는 것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관사의 전방 주시 태만이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이다.

 

일각에서는 공사 내부에 만연한 기강해이를 바로잡고 안전불감증을 개선하기 위해서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번 사고를 낸 기관사는 현재 직위해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사가 운전 부주의 및 근무 태만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인사규정에 따라 '신의성실 위반' 등에 해당돼 경중에 따라 직무정지 등 견책, 감봉 및 정직, 해임 및 파면 등의 순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때 외부 위원이 참석하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대상자에 대해 소명의 기회를 주고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데, 징계대상자는 30일 이내 재심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시의 감사에 따라 교통공사에게 권고되는 징계가 일종의 행정권이라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 조사결과에 따른 문책은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다. 

 

철도 운영기관 종사자들은 철도사고에서 탈선·충돌은 가장 큰 사고로 꼽히고 있지만 사실상 해임·파면 등 중징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 사고를 낸 서울교통공사 461편성.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ATC신호시스템은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특정모드로 운전 중이던 기관사가 선행열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제동을 걸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국토매일

 

철도운영기관에서 퇴직한 D씨는 "이 한마디는 꼭 하고 싶다. 마스콘 키(전동차 출입문 및 시동 제어 장치)를 꼽는 순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노조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기강해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버스의 경우 1일 10시간 이상 운전하기도 해 안전에 큰 위협이 되면서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에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서울 지하철의 경우 5시간 내외를 근무하는데 이를 10분 늘리는 것도 노조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어 현재 답보 상태에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량 인원을 수송하는 철도는 각 종사자별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만 하는데 사고 발생 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의견도 많다"며 "노조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는 인원감축·근무시간 등을 이유로 들며 근본적 원인을 무시한 채 현업 종사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고 말하지만 사고의 책임은 노-사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회 모의원은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다름아닌 나사빠진 '관행'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2014년 상왕십리역 전동차 추돌 사고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안전관리 강화대책이 시행되어 왔지만 해마다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명확한 조사 결과를 가지고 공사의 안전불감증을 고쳐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원본 기사 보기:철도경제신문

관련기사

뒤로가기 홈으로

인기뉴스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pmnews.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