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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고]중대재해처벌법, 시급히 보완돼야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산업본부 부장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산업본부장   |   2021-03-25

 

▲ 대한건설협회 산업본부 한상준 부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대한건설협회 한상준 산업본부 부장]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된지도 벌써 두 달 가까이 돼간다. 이제 10개월 후면 본격 시행된다.

 

기업들은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법이 워낙 포괄적이고 처벌 또한 과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법이 이러한 방향으로 적용되겠지 하는 나름의 예상을 해가면서 준비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렇지만 그 방향이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 이하 중견ㆍ중소업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자포자기 상태이다.

 

이렇듯 기업들이 혼란을 겪는 이유는 간단한다. 법에서 정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안전보건 책임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영책임자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호해 처벌받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분명치 않다.

 

처벌만 세게 해 놓았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한 법리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시한 정해놓고 졸속으로 강행처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리 예방체계를 갖춰도 사고 제로(zero)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근로자 교육을 아무리 잘 해도 근로자가 귀찮다고 지키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가장 큰 유형인 추락사고의 경우,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망사고가 70.4%나 차지한다. 그 외에 작업환경 불량 23.4%, 안전장구 불량 등 기타가 6.2%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러한데 사고책임을 모두 기업의 탓으로 돌리는 게 맞는 것일까. 

 

찰스페로 예일대 교수는 Normal Accident(정상사고)라는 개념을 제안했는데, 복잡한 상황에서는 결정적 잘못이 없더라도 필연적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고책임을 모두 기업에게 지우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생기는 대목이다. 불과 1년 전 사망사고에 대해 1년 이하 징역을 7년 이하 징역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대폭 강화했다. 그럼에도 2019년도 855명이었던 사고사망자수가 지난해 882명으로 증가하였다.

 

역설적으로 처벌강화로는 사고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법은 엄벌주의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시간과 노력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행정가는 이러한 유혹에 쉽게 빠진다. 쉽고 빠르게 법 찬성론자들의 감정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10개월 후면 법이 시행되는데 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이나 헌법ㆍ형법과의 충돌 등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법 시행 전에 조속히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문제점과 보완사항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경영책임자를 안전조치 의무주체에서 제외해야 한다. 경영책임자는 본사에 상주하면서 기업 전반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개별 현장의 직접적 안전조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이다. 그럼에도 경영책임자 처벌에 매몰돼 의무주체에 포함하였는데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둘째, 하한형(1년 이상 징역)의 형벌을 상한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한형은 고의범에 적용하는 형벌이다. 현장의 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산재사고를 살인죄에 가까운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산재발생 억제 이전에 산업과 기업경영 자체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태가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도 법인에 대한 처벌(벌금)만 있을 뿐 경영책임자 등 개인에 대한 처벌은 없다. 

 

셋째, 중대재해의 개념을 2명에서 3명 이상 사망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1명 이상 사망에 대해 1년 이상 징역이라는 처벌을 두고 있는데,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1명 이상 사망에 대해 7년 이하 징역을 두고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형량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영책임자를 더 엄히 처벌하는 것이므로 요건도 더 엄격해야 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넷째, 안전의무를 다했을 경우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정확히 따지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근로자 과실이 많은지, 사업주 과실이 많은지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안전의무를 충분히 다했을 경우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이 법은 체계와 내용에 있어 매우 엉성하고 과도하며 포괄적이다. 법이 시행되면 곧바로 위헌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농후해 보인다. 명확성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을 비롯해 헌법상 평등권 침해 등 헌법과 배치되는 조항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기존 법체계와의 정합성을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

 

법 시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도록 실효성 있는 보완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부, 국회와 경영계 및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어 내길 고대해 본다. 

▲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국토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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