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특집기고]"안전과실 법보다 책임자세가 중시돼야"
기성호 단국대학교 교수
백지선 기자   |   2021-03-29

▲ 기성호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건설방재안전공학과 교수  © 국토매일


[국토매일=기성호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건설방재안전공학과 교수]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진흥법 등에 근거한 현행 건설공사 안전관리 제도는 오랜 동안의 시행착오를 겪어 오면서 안전사고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일터에서 1만 9,663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연평균 1,96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6,119명에 달한다. 이는 이전의 제도뿐만 아니라 최근의 대책도 실효성이 없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산업재해 사망에 대한 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연일 명복을 빌어야 하는 참사의 배경에는 기업이 이윤추구와 비용절감의 명목으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소홀히 한 데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에도 그동안 기업의 안전에 관한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려는 정책적 고민이 없었음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하위 직원이나 현장대리인, 관리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수준에서 봉합되어 왔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안전의무를 다하도록 압박하는 효과적인 정책이 되지 못한다. 중대재해를 유발한 건설회사의 경우 처벌받은 현장소장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 간 있었던 대형사고에 대한 처벌 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문제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4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한 이천냉동창고 화재사고의 경우 원청대표와 원청법인은 각각 벌금 2,000만원에 그쳤고, 지난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한 이천물류센터 공사장 화재참사 역시 원청대표는 무죄, 원청법인은 벌금 3,000만원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이윤의 최종적이고 최대 수혜자인 사업주는 산업현장에서의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그러한 안전의무의 준수를 사회적·법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는 중대재해를 유발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 대하여 효과적인 형사처벌을 담보하는 것이다.

 

현행 법체계에서 산업재해나 공중재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기업의 임직원에게 적용되는 처벌규정은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내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이다. 그러나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재해발생에 관한 과실을 입증하여야 하나 기업의 책임위임, 책임분산 조직구조 때문에 현실적으로 최고경영자의 과실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현행 법에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90%가 넘는 피고인들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과 사법부의 이와 같은 편의적·자의적 기소 재량으로 중대재해에 대한 엄중한 경종을 울리기는커녕 솜방망이 처벌로 오히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자에게 승률이 높은 도박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이윤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고 합리적인 조직이다. 말 그대로 일련의 행위에 대해 돈이 되느냐, 돈이 되지 않느냐에 따라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도입하고자 하는 새로운 제도의 핵심은 사고예방을 위한 비용이 사고처리 비용보다 월등히 저렴하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고처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면 할수록 사고예방에 대한 노력은 극대화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안전의식은 어디로 부터 오는가? 바로 철저하고도 예외없는 책임으로부터 온다. 노동자도 예외일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결코 사업주를 처벌하거나 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업주의 확실한 믿음과 경영철학만이 우리모두가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유일한 왕도다.

 

이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진통 끝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04년 주 5일제가 시행되었을 때도 지금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기업 입장에서는 망국적 제도라고 우려의 목소리로 입을 모았지만 아직까지 망국적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주 5일제 이전으로 되돌아 가자면 아마도 난리가 날 것이다. 오천년 역사이래 요즘처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소중하게 다룬 적도 없었다. 우리 옛 말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이 있다.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모처럼 어렵게 조성된 기회인 만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뒤로가기 홈으로

인기뉴스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pmnews.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