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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철도 비밀노트–2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제진역까지 열차 이송작전... 철마는 북으로 달리고 싶다
양정규 객원기자   |   2021-03-30

(기획특집 시리즈 남북철도 봄은 오는가) = 반세기 이상 단절되어 온 남북철도를 복원하기 위해 애써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측 인사들과 만나 실무협의를 하고 실제로 진행을 맡았던 실무자들의 생생한 이야기,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비화를 모아 전해드립니다. 남측과 북측이 나눴던 팽팽한 긴장감과 때론 따뜻하고도 찡했던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 남북철도 복원의 역사 속으로 함께 떠나요! =

 

[국토매일=양정규 객원기자/작가] 2006년 5월 13일, 한반도는 55년 만에 드디어 녹슨 철마가 군사분계선을 넘게 될 거라는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남북이 5월 2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를 시험운행하는 것에 전격 합의한 것이다.

 

개성공단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제12차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을 사흘간 벌인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대한민국 남측위원장엔 박병원 재정경제부차관이, 북측위원장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서명란에 사인했다.

 

러시아 블라딕보스톡에서 지난 3월 남-북-러 철도운영자가 만나 TKR-TSR 연계를 지속적으로 논의하는데 동의한 이후 전략운영팀과 협력사업팀으로 구성된 남북철도사업단이 발족되었는데 이번 합의도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어서 실무자들은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열차 시험운행 절차와 방법으로는 열차시험운행 구간을 각각 경의선은 문산역부터 개성역까지, 동해선은 금강산역에서 제진역까지, 운행수단은 각각 디젤기관차와 객차 5량으로 정하고 경의선은 남측에서 시험운행을 주관, 동해선은 북측에서 시험운행을 주관하기로 합의했다. 또 승차 인원은 철도연결 관계자, 행사 내빈, 기자 등 남북 각각 100명으로 한정하고, 통신방식은 군사 당국 사이의 합의에 따를 것이며 운행에 필요한 거리표, 곡선표, 구배표, 시험운행구간 선로 일람표 등 시험열차운행에 필요한 자료 교환 또한 약속했다. 

 

시험운행에 필요한 공사도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모두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 2006년 5월 13일 개성에서 개최된 제12차 남북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는 2006년 5월 25일 남북한 철도연결구간에서 “시험열차운행”을 합의하여 그동안의 추진사업이 결실을 맺는 진일보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시험운행 대비 사전 안전점검 시행-경의선 2006.5.17. 이철사장외 5명. 도라산역~MDL(군사분계선, L=1.8km) 동해선 사전 점검-수송안전팀장외 10명. 제진역~MDL(군사분계선, L=7km)  © 국토매일

 

사실 경의선 동해선 철도연결구간 공사실태 공동점검은 이미 2005년 7월 당시 제5차 철도·도로 실무협의회 합의에 따라 진행된 바 있었다. 남과 북 실무자 각각 15명이 참가하여 도보로 노반, 구조물, 교량, 전기, 통신, 운전취급 등에 관해 공동으로 조사했던 것이다. 

 

당시 조사단의 보고에 따르면 북측구간(개성, 금강산)을 우리측 기술 기준으로 선로를 부설하여 열차 개통 전 부분적으로 보강할 문제가 대부분으로 열차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역사 건물은 신축 또는 리모델링 중으로 철도개통 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남북철도 연결구간에 대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점검한 적이 있어 남과 북 양측은 합의에 따라 5월 25일 남북철도 열차시험운행을 하게 될 역사적인 그날만을 기대하며 전력을 다해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 남과 북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공동조사에 임하며 남북철도연결 시험열차 운행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 국토매일

 

하지만 갑자기 결정된 제진역 열차 배치는 실행에 옮기기에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강릉역에서 제진역까지 118km 구간에 아직 선로가 없기 때문이다. 전략운영팀장은 제진역까지 열차를 이송하기 위한 방법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검토 결과 강릉역까지 이송한 후 트레일러를 이용하여 육로로 이용하는 방법은 3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열차를 조성하여 북측구간을 경유하는 방법으로 경의선-청년이천선-강원선-동해북부선을 경유하여 제진역으로 이송하는 방법은 약 27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여졌다. 하지만 북측구간을 경유하는 방법은 또 다른 협의가 필요하여 불가능했다.

 

결국 부산에 있는 빈바지선을 빌려온 뒤 동해항구에 가져와 열차를 싣고 제진역 바로 밑 대진항으로 옮겨간 다음 트레일러로 제진역까지 이송, 긴박하고 일사분란한 작업 끝에, 열차를 선로에 배치하는데 성공했다.

 

▲ 갑자기 결정된 제진역 열차 배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특급 이송작전이 필요했다. 강릉역에서 제진역까지 구간에 아직 선로가 없었기 때문인데 결국 부산에서 빈바지선을 빌려온 뒤 동해항구에 가져와 열차를 싣고 제진역 바로 밑 대진항으로 옮겨간 다음 트레일러로 제진역까지 이송, 선로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다가올 행사에 박차를 가했다.  © 국토매일

 

시험운행을 위한 마지막 기술적 협의가 5월 22일 완료되었다. 시험운행 전 선로점검을 위한 궤도점검차를 운행하기로 하고 군사분계선에서는 북측구간만 점검했다. 열차시험운행 때에는 기관사는 기관차에 탑승하여 자기측 구간 운전을 안내하기로 했다. 판문, 손하역은 신호기를 사용하기로 하고 개성역은 수신호로 열차를 취급하기로 했는데 남과 북측 승강장과 객차 사이 높이가 일치하지 않아 별도의 발판을 준비하는 등 시험운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순조롭게 되어갔다. 

 

그런데 당시 동해선(제진-금강산)측 담당자였던 남북철도사업단 전략기획팀장은 5월23일 저녁 무렵부터 이상기류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5월 24일 북측에서 중대발표를 하겠다는 말을 들은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과 설마, 하는 마음이 교차하며 불안해졌다고 한다. 북측의 철도성에서도 시험열차운행 하루 전까지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목격되었고 북측의 철도 실무자들 또한 얼마나 큰 의욕을 가지고 남북철도연결을 추진하고 있었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행사를 하루 앞둔 5월 24일, 모든 정규방송이 중단되고 뉴스 속보가 전해졌다. 동해선을 향해가던 차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멈춰 세운 채 뉴스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였다. 군사보장 조치 미비를 이유로 든 것이다.

 

▲ 동해선 남방한계선 통문 앞까지 운행-통문에 가로막힌 모습-남북철도 연결공사의 현황을 살펴보면 남측 구간은 경의선의 경우 2003년 12월에 궤도공사를 완료하였고, 동해선도 2005년말 기본공사를 완료 하였으며, 동해선의 제진역~남방한계선까지 약 5km구간에 대해 새마을호 1편성으로 시운전을 실시한바 있으며 열차운행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 국토매일

 

역사적인 남북철도 최초 개통에 대한 꿈을 바로 눈앞에 둔 터라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참담했다. 동승 했던 동료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거운 침묵과 탄식뿐이었다. 향후 일정조차 기약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측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제진-군사분계선간 열차가 준비 되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운행을 자체적으로 실시한다면 북측에 우리의 열차운행 열망이 전해질 뿐 아니라 남측 신설구간에 대한 사전운행 학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자체 운행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 북측이 행사 하루 전날 군사보장 미합의 등으로 열차시험운행 연기통보를 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염원에 부풀어 있던 모두가 허탈해 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제진-군사분계선간 열차 운행을 자체적으로 실시함으로써 북측에 우리의 열차운행 열망을 전달하고자 했다.   © 국토매일

 

우리 측은 이후 제진역으로 이송한 차량을 이용하여, 분야별 시스템 (분기기, 신호, 통신, 지장물 저촉 여부, 운영 등)의 상호 유기적인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언제라도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에 사전 대비하여 동해선 남측 철도연결구간 시운전을 시행했다.

 

철도공사, 철도공단, 건교부, 통일부, 국정원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제진역↔남방한계선(5.0km) 구간에서 실제로 운행했는데 디젤기관차 4460+새마을호객차 (4량)+발전차(1량)을 투입, 기관차 단독운전 2회, 열차편성 2회 운행되었다.

 

남측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공식적인 반응은 전혀 없었다. 분계선 부근에 살고 있던 야생동물들만 처음 접하는 기관차 소리에 반응할 뿐이었다.

 

▲ 통일전망대 근처 시험운행 하는 장면-철마는 북으로 달리고 싶다. 그러나 언제쯤이면 그게 가능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 지속되고 있었다.   © 국토매일

 

남과 북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머리를 맞댔던 합의는 하룻밤 꿈인 듯 느껴졌다. 철조망 하나만을 사이에 둔 이 짧은 철로 위에 언제쯤이면 철마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누구도 쉽게 장담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이어 둘째주 화요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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