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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동아시아철도공동체 포럼…북한철도현대화 추진 전략은?

일방적 ‘퍼주기’ 논란 불식시키기 위한 경제·기술적 세밀한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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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극 기자 2019-08-21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지난 15일 문재인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강점으로 바꾸어 교량국가가 되고자 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교량국가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과제, 다름 아닌 남-북간 철도연결이다.

 

지난 6월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창립식 이후 21일(수) 오후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2회 정책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각계 각층의 축사와 함께 ‘북한철도의 현대화’에 대한 주제발표 및 집중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주최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주관했으며,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후원으로 열렸다. 오영식, 김세호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대표를 비롯해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윤후덕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정의원,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상균 한국철도공단 이사장,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 제2차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정책 세미나가 21일(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되었다. 사진은 참석한 내외빈.     © 국토매일

 

◆ 일본경제보복 등 악재 속,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오히려 시의적절

 

오영식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대표는 이번 세미나는 “지난 6월 있었던 포럼 창립식에 이어 오늘 세미나에서 북한철도 현대화에 대해 토론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조만간 북한 학자들을 직접 만나 북한철도 현대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북측이 생각하는 현대화 방식,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 가능성, 남북 간 협력관계 등을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오영식 공동대표     © 국토매일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미래이자 아직 그려지지 않은 화이트오션”이라며, “교통위원장으로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오늘 참석한 전문가와 함께 활발한 논의를 통한 정책적 대안을 제안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기 파주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특별고문으로 맡아 약 2년 정도 활동을 해왔다”고 밝히며, “북한의 반대로 가입이 번번이 무산되었던 유라시아 철도망 국제 협력을 담당하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을 위한 큰 첫걸음을 내딛었기에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남북 조사단은 16일간 기차에 함께 숙식하며 1,200km에 이르는 북한 철도의 실태를 공동 조사했다”며, “올해 들어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철도 협력을 비롯한 남북 교류 역시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대륙과 해양을 아우를 수 있다는 새로운 강점이 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남북 철도협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 국토매일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나 동아시아 철도연결을 통한 동북아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며, “이런 중대한 시기에 관련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철도공동체 실현을 고민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상균 이사장은 “남북철도가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철도 시설수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열차운행 효율성이 떨어져 남북철도연결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을 위해서는 북한철도 시설수준 개선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선 개량, 고속화, 고속철도 신설로 크게 3가지 방안이 검토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며 사업 추진방식, 투자재원, 추진체계 등에 대한 세부적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국토매일

 

한국교통연구원 오재학 원장은 “남북간의 철도 연결의 문제는 남북 간이 당사자이며 서로에게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국제적 이슈”라고 말하며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국제적 협의체로 확대·발전시켜서 중국, 러시아, 몽고 등과 함께 논의해 나아갈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북한철도현대화, 상호간 개념 혼동…불필요한 분쟁부터 방지해야

 

남과 북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 여기서 현대화란 ‘높은 수준의 현대화’를 의미한다. 북은 ‘발전된 현대적 기술기재, 기계 등을 도입해 현대적인 것으로 되게 하는 것’을 지칭하며, 남은 ‘현대에 적합하게 되거나 또는 그렇게 만든다는 것’을 말한다. 미묘하지만 의미에 차이가 있다.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선임연구원은 “남북철도 연결에 있어 복구, 개량, 개·보수, 개선, 개건 등의 개념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어 남북간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 '북한철도 현대화:논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 국토매일

 

◆ “천천히 건넜다”…남북공동철도조사, 결과는 ‘심각’

 

현재 개성-평양간은 시속 30km/h, 평양-신의주 구간은 시속 50km/h 내외로 운행 중이다. 소요시간은 약 4시간 45분 정도이다. 개성-사리원 구간은 10-20km/h에 불과하다.

 

노반의 경우 경사면이 유실되거나 배수시설이 미비한 실정이다. 궤도도 레일이나 침목의 마모가 심각하며, 파손도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조물 역시 교량이나 터널이 심하게 부식되어 있어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은 남측과 다르게 직류 3000V를 사용하고 있고 노후화로 인한 전력 손실도 심각해 향후 철도연결에 있어 전력계통에 대한 기술적 해결이 필요하다. 개성-신의주 구간의 경우 신호체계가 남한과 달리 기계식·수동식을 사용하고 있다. 기계연동장치 53역, 계전기식 연동장치 10역을 제외하고 통표나 연동폐색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안전 확보가 곤란한 상황이다. 통신은 가공나선로로 피복이 없으며, 열차 무선통화장치도 없다.

 

차량의 경우에는 내연기관차가 최고 100km/h 속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연결기 높이가 880mm로 890mm인 남한과 달라 이에 대한 기술적 해결도 필요하다.

 

◆ 북한에서의 철도 위상…가장 효율적 수송 수단

 

북한의 철도법에서는 철도를 ‘나라의 동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철도는 ‘석탄, 금속, 전력과 함께 인민경제의 선행관이자 경제의 주공전선’이라고 말한다.

 

북한에서는 철도에 의한 수송비율이 높다. 대량수송·규칙적 수송이 가능하고 타 교통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송시간이 짧으며 수송원가도 저렴하다. 철도 수송원가는 자동차의 34%, 해상운송의 53% 수준이다. 현재 북한 전기기관차의 평균 견인중량은 약 1,300톤으로 북한 연안해운의 평균적재능력인 1,000톤보다 약 1.3배 높다.

 

◆ 중국·러시아 등 철도 고속화 전략…한반도 고속철도 논의 필요해

 

중국의 고속철도 연장은 2018년 말 현재 29,000km에 달한다. 특히 심양-단둥간 고속선, 창춘-훈춘간 고속선 등 동북지방의 철도 고속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는 ‘2030 러시아 철도교통발전전략’에 따라 모스크바-아들레르 등의 구간에 초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의 774km 구간에 대한 고속철도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고속철도 논의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논의의 초점은 전쟁없은 상태에 기여하는 경제 행위나 경제구조를 의미하는 ‘평화경제’를 추구한다는데 있다. 즉, 남북의 새로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병민 연구원은 남북관계 경색과 국제사회와의 마찰을 해소하기 위한 북한 비핵화조치에 대응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일 시스템 운영 및 동일 차량을 운행을 통해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견인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경제공동체와 안보공동체를 구축해갈 수 있는 것이다.

 

◆ 유럽석탄철강공동체…동아시아철도공동체 실현의 참고모델

 

1951년 유럽 6개국이 전쟁방지와 평화구축, 경제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했다. 석탄, 철강의 공동관리와 공동시장 구성을 목적으로 참여국가들의 이해관계가 합치되었기에 출범 가능했다.

 

당시 프랑스는 서독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경제장치를 마련하고, 서독은 서유럽 국가와의 정치·경제적 연계와 외교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나머지 국가는 공동시장 형성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했다. 이 공동체는 이후 유럽 연합의 모체가 되었다.

 

지난 1차 세미나에서도 강조되었던 부분이지만, 남-북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라는 거시적 범위에서 접근해야만 주변국 간 이해관계의 합일에 도달하고, 상생적 관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유럽의 석탄철강공동체는 분명 참고할만한 선행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북한의 투자제안서 공개 제시, 세밀한 분석·평가 진행되어야

 

북한은 원산-금강산간 철도 오선 118.2km에 대해 투자제안서를 공개한 바 있다. 원산-금강산 간 현존 철도를 ‘개건’하고 여객 수송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기업과 합영·합작 형태도 구상 중이다.

 

해당 구간은 북한의 대표적 국제관광특구로 환동해권 인적·물적 수송 거점 역할을 수행하던 지역으로 최근 마식령 스키장 건설, 송도원지역 현대화, 원산 갈마공항의 국제공항 개항 등으로 새로운 성장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이 투자사업 내역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것은 처음으로 일각에서는 향후 남-북-중-러 다자간 개발협력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퍼주기’사업 논란…국내·외 우려 불식시킬 필요

 

▲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김세호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고 학계, 언론 등 5명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국토매일

 

안병민 연구원의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포럼 김세호 대표가 좌장을 맡고, 김광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황기연 홍익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세호 대표는 “동아시아철도 공동체 포럼을 통해 남한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볼 것이 아니라,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역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경부고속도로·경부고속철도 등 과거 대형 SOC사업 추진에 있어 대내·외적인 큰 반발에 부딪혔던 사례를 상기했을 때, 북한도 부분적 개량이 아니라 오히려 전면적 사업 추진을 바라고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광길 위원은 철도연결은 단순히 ‘연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발전, 정보유통, 인적교통 등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제재와 비핵화의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만큼, 철도를 통한 정보·인적 유통이 이루어지며 자연스러운 북한 사회 내부의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사회가 바라는 ‘비핵화’를 보다 유연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포럼의 세미나가 먼저 전문가 상호간 공론장을 마련해 기술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논의해나갈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붕괴 이후의 인프라 개선이 목적이 아닌, 북한을 하나의 협상 파트너로 상정해놓더라도 결국 사업 경제성 나오지 않으면 한국 내 반대에 부딪힐 것이므로 기술적·재정적 문제를 세밀하게 논의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조봉현 연구소장은 이른바 ‘퍼주기 논란’에 대해 경제적 분석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질적인 경제협력과 투입비용 대비 경제효과 고려했을 때 유발할 수 있는 경제효과 중 4위가 철도·도로연결사업이라고 설명했다. 20년 동안 북한이 가져올 직접적 경제효과는 1조 6천억, 남한은 15조 5천억에 달하지만 투입비용은 20년 간 15조 내외이며, 연간으로 환산할 때 6000억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퍼주기’가 아닌 ‘투자처’로 충분한 매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황기연 교수는 북한은 남한과 굳이 사업을 해나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고, 오히려 실리적인 접근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남-북 철도연결 사업 논의에 있어 단순 교통수단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철도는 토목, 차량, 통신 등의 기술이 복합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폭넓은 산업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기술적 지원뿐만 아니라 철도연계 복합개발 등 경영노하우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고 강조했다.

 

제1차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이재훈 위원은 지난 1년 4개월 동안 북한이 정말로 어떤 철도 현대화를 원하는지 정부·민간 모두 알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언급하며, 정부가 전략적인 결정을 속히 내려야만 북한과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제2차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정책세미나에는 100여명이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 국토매일

 

20년 전 경의선 도로 연결 착공식 이후 사실상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에 대한 논의는 후퇴한 것과도 다름없다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포럼 김세호 대표의 회고는 남북 간 철도연결사업이 처해 있는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더욱 무거운 짐을 짋어지게 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포럼이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담론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기사입력 :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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